커피03. 사발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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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커세상

커피03. 사발커피

by jejetiti 2024.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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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발커피


출처:https://blog.naver.com/yhfull/220634388457 / 디자이너의 쿵쿵작업실 퍼온사진

 

샤락~책 책장넘기는 소리, 스극스극 볼펜굴러가는 소리, 사그락사그락 샤프심 서걱소리

다들 공부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던 고등학교 1학년 중간고사 기간, 야자시간이었다.

 

은정이가 자신은 어제 새벽2시까지 잠을 안자고 공부할수있었던 비결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게 뭐냐고 선옥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도 귀가 솔깃해져서 공부하던 손을 멈추고 등을 돌려 그둘을 쳐다보았다.

어서 그 비법이 무엇이냐 묻는 나와 선옥이의 눈빛을 보던 은정이가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야자시간에 다른 아이들의 공부가 방해될까 속삭이는 탓이려니

선옥이와 나는 얼굴을 바짝 은정이 쪽으로 향하여 머리세개를 맞데었다.

 

은정이는 아버지가 기업에 다니시는데 종종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반찬들이나 신문물 들을 가져오곤 해서 그아이가 꺼낼 히든키가 무엇인지 알더라도 내가 살수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했지만

뭐 어때 듣는건 공짜인데 라는 마음으로 나도 귀를 기울였다.

 


                        "믹스커피 두개를 타서 공부를 했거든? 정말 잠이 안오더라?"


 

'우리엄마가 아침마다 동네 친구 아주머니들과 마시는게 있어, 그게 믹스커피라는 건데 내가 먹어봤거든? 달달하고 아주 맛이있어~ 그런데 엄마말로는 그게 각성제같은게 들어서 잠이 안올수도 있다고 아줌마들에게 말씀하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엄마 몰래 믹스커피 두개를 타서 마시고 공부를 했거든? 정말 잠이 안오더라?'

 

그 순간 나는 어렴풋이 생각나는게 있었다.

검정알맹이 같은것과 분유같은 가루, 그리고 설탕을 섞어서 엄마가 '커피'라는 것을 탄 것을 보았고

아주 귀한거라고 교회에서 목사님이나, 장로님이 오실때만 꺼내시던 빨간 기다란 봉지에 담긴 '믹스커피'라는게 우리집에도 있다는 사실 말이다.

명절선물로 들어왔는데, 엄마가 찬장에 두고 가끔 예쁜 커피잔에 타서 손님께 내는 것을 보았다.

 

오늘은 나도 그것의 효과를 보고 공부를 더 할수도 있겠다는 회심의 미소를 띄었다.

우리는 가장친한 삼총사이자 가장 좋은 선의의 경쟁자였다.

제일 친한 친구들이지만 약간의 경쟁심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라 은정이의 공부비법이 '믹스커피'인것만 같아 나도 저것을 먹고 조금 더 공부한다면 내가 셋중에 1등이 될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게 되었다.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거겠지?"


 

그리고 그날 저녁 9시가 넘어서 모두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부엌 찬장에서 필통만한 빨간 상자에 든 믹스커피 두봉지를 몰래 호주머니에 숨겨서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잠이 자울 자울 오기 시작하던 밤11시가 조금 넘어선 시간, 엄마아빠방에 주무시는 소리를 들으며

삐~익 부엌문을 열고 들어가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커피잔은 너무 작으니까 두개에 물을 많이타서 마시면 훨씬 효과가 좋을것만 같았다.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거겠지?" 

은색양푼에 커피두개를 타고 물을 거의 절반이상을 부었다.

그리고 미숫가루를 타주시던 엄마처럼 얼음을 동동띄웠다.

사실 냉커피라는 말을 그때는 알지도 못했고, 빨리 마시려면 시원해야할것같아서 얼음을 넣었던 것이었고

말그대로 그건은 비빔밥이나 먹을때 쓰면 양푼에 담은 사발커피였다.

 

방으로 가지고 돌아와 나는 그것을 벌컥벌컥마셨다.

아주 달고 맛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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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아주 잘 자버렸다... 각성은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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